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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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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엔 키를 훌쩍 넘는 수풀이 무성하고, 너무 오래 방치되어 벌레가 우글거리던 산속의 폐창고. 아랫동네 사람들은 전부 입을 모아 말했다.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하지만 10년 전부터 그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벌레들의 천국이 곧 나의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 자연인 조무호(58) 씨다. 마당에 뒹구는 썩은 나무며 짚더미, 이끼가 낀 웅덩이, 곰팡이 핀 수조까지, 남들이 보기엔 전부 쓸모없는 것들이지만 그에겐 그 하나하나가 전부 소중한 ‘벌레들의 집’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별났다. 어려서부터 자연을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 시절엔 숲에서 노느라 수업에 빠지기 일쑤였고, 고등학교 땐 최선을 다해 꼴등을 자처했다. 실업계 고등학교라, 공부를 잘하면 기업에서 일찍 스카우트 됐기 때문. 군대 대신 방위사업체에 근무하게 됐을 때도 틈틈이 자연에서 놀길 좋아했다. 시간이 흘러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할 때에도 틈틈이 딴짓은 계속됐다. 자연을 소재로 쓴 시를 거리 곳곳에 붙이며 거리 시인을 자처하기도 하고, 주말마다 새를 관찰하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들로 향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삶을 즐기던 자연인.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닥뜨리고, 순식간에 2억이라는 빚이 생겼을 때, 그는 선택해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결국,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로 했다. 아무리 성실히 일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세상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때부터 그는 딴짓을 그만두고 열심히 빚을 갚은 후,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산으로 떠났다. 그의 목표는 곤충을 관찰하고 기록해 곤충 도감을 만드는 것. 그래서 그는 오늘도 열심히 곤충과 살아가는 중인데... 집안에 가득한 애벌레, 성충, 번데기 등을 매일 관찰, 기록하고 산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식물보다는 곤충이 먹는 식물을 찾아다닌다. 곤충이 먹는 건 무조건 먹어본다는 자연인. 그렇게 알게 된 식물 종류만 2,000여 종. 때문에 마당에 밟히는 잡초들도 그에겐 좋은 식량이다. 곤충이 먹는 식물과, 곤충을 먹는 새까지 연구 범위를 넓혀가며 오늘도 신나는 자연관찰 중이라는 자연인.